아버지를 생각함
라디오를 듣는데 한 청취자가 보낸 아버지 사연을 듣다가
내 아버지 생각을 했다.
오늘 생신이신데...
남들이 그랬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다고...
삶의 여정이 순탄치 않은 분이셨으니...
독하게 살지 않았으면 수많은 식솔들 다 거리로 나 앉았을 것이다.
대학때 친구들이 오면
아버지 직업을 묻곤 했다.
농사 지으신다고 하면 못믿겠다는 듯...경찰 아냐?
지켜보는 사람이 숨막힐 정도로 빈틈없이 살아오신 분이다.
자식들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엄하게 꾸짖으셨던 분...
회초리를 들지 않고도 머리를 조아리게 만들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던 것인지...
누나와 어머니께는 한 없이 사랑을 베푸셨었다.
유독 내게만 엄격하셨다.
할아버지 할머니 없이 자라 버릇없다는 소리 듣게 키우지 않겠다는 이유에서...
남들 먹는 것 보고 입맛을 다셔도 안되고
나 좀 줘! 손 내밀어도 안되는 일이었다.
아버지와는 늘 일정한 거리가 느껴졌었다.
입대를 하고 나서야 아버지의 큰 사랑을 알았다.
크게만 느껴졌던 아버지의 어깨가 많이 작아지고 이젠 내 어깨에 기대고 싶어 하신다는 것도...
어려운 사람을 보면 아무도 모르게 도움도 주시고...
한 번은 친구놈이 "네 아버님이 내겐 얼마나 고마운 분인지 모른다!"
그 놈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렵게 살아왔다.
나도 모르게 친구에게 도움을 많이 주었던 모양이다.
길을 가다가 구걸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몇푼이라도 놓아주고
노상에서 힘겹게 장사하시는 분을 보면 꼭 필요하지 않아도 조금 팔아주고...
언제부턴가 아버지가 존경스러워 보였다.
남들이 알아주는 지위도 없고 대단한 재물을 모은 것도 아니지만
언제나 내겐 큰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