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6년만의 통화......^^

바람소리63 2009. 9. 28. 11:56

어제 외출했다 들어 갔더니 아내가 쪽지를 내민다.

그녀다. 난 그녀만 생각하면 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군제대 후 복학을 했을때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여학생이 동향에 동갑이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잘 통했다.

남자 친구들 보다도 더 잘통해서 늘 붙어 다녔었다.

각자 집에도 왕래를 했었고 다들 졸업을 하면 결혼을 할 거라 여겼던 모양이다.

지금도 후배들을 만나면 '왜 그 언니랑 결혼하지 않았어요?' 하는

질문을 받곤 한다.

 

스믈여덟 가을에 부평에 있는 스카이라운지에서 차를 마시고

거리를 걷는데 그녀가 슬며시 팔장을 낀다.

농담처럼 던지는 말에서 그녀가 나를 얼마나 좋아 하는지 짐작은 했었지만

그 순간 내 몸은 석고처럼 굳어 버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팔장을 풀었다.

 

스믈아홉......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던 봄날.

"나 결혼해." "그래."

"전에 말했었잖아. 슬믈아홉 첫번째 만나는 남자와 결혼 할 거라고."

그녀는 시장통을 끌고 다니며 살림에 필요한 몇가지를 사달라고 졸랐다.

결혼식에 가겠다고 했지만 차마 갈 수가 없었다.

 

몇달 후 그녀가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행복해?"

"기대가 없었으니까."

일순간 내 표정이 굳어 졌던 것 같다.

내 얼굴을 빤히 바라 보던 그녀가 "그러니까 더 잘 살 수도 있을거야." 한다.

 

우린 여전히 자주 만났고 내가 결혼한 후에도

가끔 그녀가 방문을 했다.

생일이라고 책선물을 사오기도 하고......

아내는 그녀를 끔찍하게 싫어 했고 어른들도 염려를 했기에

은연 중에 거리를 두게 되었고 망설이게 되었다.

 

어느날 캐나다에 간다며 한 번 만나자고 전화가 왔다.

내가 많이 머뭇거렸던 것 같다.

"내가 00씨에게 뭘 기대하겠니?"

전화가 끊어졌고 6년을 소식도 모른채 살았다.

그런 그녀가 전화를 했다.

캐나다에 3년 살았고 돌아 온지 3년 되었단다.

"전화번호 안 잊어 버렸어?"

"나 머리 좋잖아. 가끔 00씨 집 아랫층에 있는 병원에 진료받으러 갔었어.

 원장님이 그러는데 00씨 하나도 안 변했다며?"

"그랬구나. 한 번 만나서 그동안 살아 온 얘기나 나누자."

 

아내가 한마디 한다.

"이제 또 뻔질나게 통화하고 만나겠구만."

그래도 예전과 같은 그런 반응은 아니다.

속을 확 뒤집어 보여 줄 수도 없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