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아버지

바람소리63 2007. 7. 11. 12:46

제겐 특별한 아버지가 계십니다

누구에게나 부모는 다 특별하겠지만...

평생 가족 밖에는 모르고 사시는 분입니다

자라는 동안 가장 완벽한 가정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셨던 분입니다

제겐 언제나 언덕이었고 인생의 지침이셨던 분입니다

지금도 전 어린애처럼 늙은 아버지 등에 기대어 삽니다

언제나 제게 언덕이 되어주실 줄 알았습니다

 

지난 주말 들밭에 조금 심어 놓은 감자를 수확하는데

마대자루가 아닌 양파망을 여러개 준비하셨더군요

중간크기의 양파망에 감자를 담아 양손에 두자루씩 나르다가

아버지를 모았습니다

겨우 한 자루를 나르는 것도 힘에 겨워하시네요

왜 양파자루를 준비했는지 그제야 알았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늙지도 않고 언제나 제게 힘이 되어주실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제가 아버지의 언덕이 되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머니를 끔찍하게 사랑하셨던 분...그래서

50대에 어머니를 보내시고도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고

홀로 살아오신 분입니다

때로는 너무 냉정해 보여서 멀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머니 장례를 치룰 때도 너무 이성적으로 행동하셔서 낯설게 느껴졌었죠

모두 잠든 어느 새벽 흐느끼시는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제가 힘들어 할까 봐 제 앞에서는 애써 태연한 척 하셨다는 걸 알았습니다

 

외아들 버릇없다는 말 듣지않게 키우겠다고

제겐 특별히 엄하셨던 분입니다

그런데 어른이 돼서 보니 너무나 사랑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언젠가 아버지 일기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는...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삼년이 하루처럼 흘러 사랑하는 당신 곁에 가고 싶소.....

 

전 부끄럽습니다

아버지처럼 살지 못해서...아버지처럼 살 수 없어서...

지금도 아버지는 그러십니다

더 많이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전 너무 많은 것을 받았는데...

세상의 어떤 아버지보다 더 많은 것을 제게 주셨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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