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김치냉장고 유감......

바람소리63 2011. 11. 20. 11:15

 

 

김치도 잘 먹지않는 다섯식구 김장을 담근다고 두주일을 주말마다 난리다.

지난주에는 알타리무김치와 순무김치를 담궜다.

순무김치는 김포와 강화지역에서만 먹는다.

지금은 강화가 유명한 관광지라서 타지역에도 많이 알려졌지만 말이다.

 

이번주는 배추김치를 담근다고 배추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았다.

김치냉장고가 보편화된 후부터 생긴 현상이다.

어렸을때는 냉장고에 넣어 둘게 뭐 있냐고 문 한 짝짜리 냉장고를 주로 썼던 것같다.

그때는 추위가 임박해야 김치를 담궜다. 그래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었으니까.

 

지금은 아무때나 담근다.

그러니 김장때 담근 김치를 일년내 먹게 되었다.

처음 김치냉장고가 나왔을때 그게 뭐 필요하냐고 했었는데

지금은 김치냉장고 하나도 모자라 또 하나를 산다고 난리다.

 

그 많은 김치를 담그려니 남의 손을 빌려야 한다.

다행히 사촌형이 가까이 살아서 죄없는 형수님만 골탕이다.

큰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사촌형들에겐 우리 버지가 아버지이고

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큰어머니가 내겐 어머니다.

 

김장 준비를 끝내고 부랴부랴 출근하는데 형수님이 이웃 아낙들을 한무리 끌고 들이 닥쳤다.

미안한 마음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 좀 녹이라고 커피를 한 잔씩

타서 돌리고 나왔다.

해마다 하는 연중행사인데 집에 뭐 새로 들인 것도 없건만

아주머니들은 집안 구경을 하느라 한바탕 어수선하다.

 

화가가 있는 집안이 그렇듯이 그림만큼은 처치곤란이다.

싸게라도 팔았으면 좋으련만 똥자존심때문에 싸게는 죽어도 안판다.

초라하게 끼어 있는 손바닥만한 내 그림 몇점에 아줌마들이 눈독을 들인다.

만만해 보이는 거겠지만 나도 아무에게나 주지는 않는다.

수고하시라 넙죽 절하고 도망치듯 현관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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